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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장
[Shigatsu wa Kimino Uso OST ~ Watashi no Uso - Piano Solo] "그래서, 생각 정리한다고 말하고 무작정 나왔다고?" 급하게 연락을 받고 나와 화급한 일이라도 생긴 표정을 짓고 있던 사내는, 어느새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잔 속에 얼음만을 남겨놓고 미묘한 기색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되물음일 뿐이지만, 아까까지의 일을 말함으로써 제가 얼마나 이해 못 할 짓을 했는지 깨달은 탓에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내용물이 별로 줄지 않은, 미적지근한 온기를 머금은 머그컵의 손잡이를 엄지로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침묵, 뒤이어 얼음이 잘그락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슬쩍 시선을 올리자 평소와 같은 낯으로 입안에서 얼음을 굴리는 모습이 보인..
달력은 봄을, 낮의 햇살은 여름을 가리키지만, 건물 밖의 저녁은 여전히 겨울에 머무르는지 서늘함이 느껴졌다. 아침과 비슷하게 부산스러운 풍경을 바라보며 옷을 더욱 여며본다.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해 두툼한 외투를 걸쳤음에도 추위를 타는 몸이 이젠 너무 당연함에도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렇다고 속으로 불평을 해도 변하는 것은 없기에, 발을 움직이는 속도를 높였다. 운이 좋았다. 때마침 정류장에 들어오는 버스에 올라타 빈자리에 앉았다. 온종일 앉아있었음에도 피곤한 몸에 졸음이 몰려와 작게 하품이 나왔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창에 머리를 기댔다. 차가움이 머리를 아프게 울리자 점점 정신이 맑아진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다시 혼잡해지고. 남은 정류장의 수를 세어보다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